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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의 시대가 가고 Producer의 시대가 온다

PM의 시대가 가고 Producer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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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영화, 방송 등에서는 '프로듀서'라는 직무가 있습니다. 그대로 번역하면 제작자 정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연출이 디테일한 부분들을 다룬다면, 프로듀서는 전체적인 제작과 기획을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이 직무를 드라마, 영화 등에서 본 이후로 실제로 마주한 것은 넥슨 코리아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넥슨에서는 특정 게임 타이틀을 담당하는 이에게 “총괄 디렉터(감독)”이라는 직무를 부여하고, 신규 게임 개발 등을 하는 경우에는 “프로듀서”라는 직무를 부여합니다. Chief를 앞에 붙이냐에 따라 CD, CP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제작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관여하는지에 따라 감독과 프로듀서를 나누는 것입니다. 감독은 전체적인 조망을 다루고, 프로듀서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담당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높이의 차이가 아니라 넓이에 대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점점 보편화되면서 이 “Producer”라는 개념이 제품/서비스 시장에서 점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Product Producer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PO 열풍이 불었을 때도 이를 비판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새로운 용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자 그대로 예전에 기획자, Product Manager 등으로 불린 직군이 이제 제품 기획 및 세부 사항 결정에서 그치지 않고, Figma로 와이어프레임도 그릴 줄 알아야 하고, 데이터셋도 정리하고, 개발 스택까지 그 업무 범위와 역할이 확장되었습니다. 기획자 혹은 PM이라고 불리는 직군은 IT 업계에서 마케터처럼 디자인, 콘텐츠 감각, 데이터 분석, 매체 관리까지 담당하며, 그 와중에 PR까지 해야 하는 만능 해결사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PM 무용론을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기획자 무용론도 매번 재기되는 주제였죠. 그러나 누군가는 다양한 직군을 연결하고 같은 방향을 보게 하는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과거에는 각 직군의 Leader들이 회의를 통해 각각의 직무를 하달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투명하고 수평적인 구조로 변화하면서 Project Manager 등이 이러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애자일을 기초로 한 스크럼 등의 방식도 소규모 조직에서 가능하다고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PO(Product Owner)라는 개념도 스크럼 방법론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역할일 뿐, 독립적인 직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스크럼, 애자일 방법론의 창시자인 제프 서럴랜드도 PO의 역할을 프로젝트 내 책임자로 정의했으며, 몇몇 기업에서는 PO가 마치 만능 해결사처럼 인식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PO는 작은 조직에서 강력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아야만 제대로 작동하는 역할입니다. PO는 제품 백로그를 관리하며 팀과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제품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토스와 쿠팡를 제외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PO 조직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식견이 좁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특정한 직무가 아니라 프로젝트 내에서 맡은 책임에 불과하며, 'Producer'라는 더 포괄적인 역할로 쉽게 통합될 수 있습니다. 자꾸 새로운 말 만들지 말고 있는 말 씁시다 제발

국내에서도 몇몇 기업들이 Problem Solver 등의 직군을 내세우긴 했으나,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국 모든 직업과 직군은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며 그 노력과 수고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받는 존재입니다. 당연한 것을 직군 이름으로 삼으려니 통하지 않았던 것이죠. Problem Solver라는 포지션을 찾는 곳들을 보면 대부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을 찾거나 스타트업 초기 멤버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도 어느 정도 자신들이 집중해야 하는 분야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전문 직군을 뽑는 형태로 바꿀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표현이 서툴렀던 것일 뿐 비웃을 필요는 없습니다.

  • 사업 개발, 제휴: 도메인 이해도, 제휴영업, 마케팅 및 홍보
  • 인프라 기획, 설계: API, 서버 설계, 상세 스펙 정리, 개발 일정 정리
  • 사용자 관점 설계, 활용: 서비스 설계, 데이터분석, 유저테스트, UX Writing
  • 크리에이티브, 비쥬얼 퀄리티: 디자인 시스템, 브랜딩, 콘셉트, 이미지

기획자 무용론에 대해 마무리하자면, 기획자가 정말 필요 없을까요? 그 대답은 “그렇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직군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라는 역할이 더 유기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Producer'는 Product Designer, Developer, Graphic Designer 등의 다양한 역할을 통합하면서 제품의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까지 전체적인 조망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 직군이 개별적인 책임을 갖되, Producer가 이를 통합하고 조율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인 제품 개발과 딜리버리가 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지금 당장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정해진 수순입니다. 기획자는 점점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 대신 기획자의 일이 쪼개져서 디자이너나 Project Manager 등에게 부여될 것이고, 이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커질 것입니다.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는 대신, Producer라는 개념으로 깔끔하게 통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정 직군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역할들이 보다 유기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실제 제품을 딜리버리하는 영역까지 커버하는 프로듀서로서의 자질이 모든 분야에서 요구될 것입니다.

PM의 핵심 책임: 세 가지는 그대로지만, 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통적인 PM의 세 가지 핵심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기
  2. 우선순위를 정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하기
  3. 효과적인 솔루션을 조직하고 전달하기

AI는 이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지만, 각 단계의 실행 방식은 혁신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해하기 (Understand): 문제 자체가 달라진다

✅ 문제 공간의 확장

예전에는 "기술적 한계로 포기했던 문제"들이 이제는 AI로 해결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실 고객도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니즈를 직접 말하지 않죠. Canva의 경우, 고객은 “AI로 디자인을 쉽게 만들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기능이 출시되자 원하던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데이터 분석 방식의 진화

고객 인터뷰, 지원 티켓, 챗봇 대화 등에 흩어져 있던 정성적 데이터는 AI 도구로 실시간·자동화된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단순히 인사이트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뉴스처럼 발생하는 트렌드를 탐지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선순위 (Prioritize):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로

AI는 기존의 "가능성(feasibility), 영향력(impact), 리스크(risk), 비용(cost)" 평가 항목 모두를 뒤흔듭니다.

  • Feasibility: AI 덕분에 옛날엔 불가능했던 기능도 수 주 내에 구현 가능해졌죠.
  • Impact: Duolingo의 실시간 수업 난이도 조절처럼, 퍼스널라이제이션이 전략이 됩니다.
  • Risk: 환각(hallucination), 편향(bias), 규제 이슈 등 AI 특유의 리스크 요소가 추가됩니다.
  • Cost: 초기엔 싸 보였다가도, 사용량 증가에 따라 비용이 폭발할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AI 어시스턴트 기능은 오히려 64%의 사용자에게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기능을 억지로 넣으면, 제품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행 (Execution): AI는 단순한 보조 기능을 넘어, 경험을 설계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전에는 AI를 단지 ‘추가 기능’으로 붙였지만, 이제는 프로덕션 경험 전반을 재설계하는 동력이 됩니다.

  • Ramp: 경비 분류를 자동화해, 사용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UX 제공
  • Grammarly: 문장 문맥과 어조를 분석해 재작성까지 지원
  • Shopify: 제품 사진과 간단한 설명만으로 전체 마케팅 문구 자동 생성

AI 어시스턴트가 단순히 기능적인 편의를 넘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전략적 관점: 번들링 vs 전문화 — “경쟁의 경계가 무너졌다”

AI는 기존 카테고리 경계를 허뭅니다. CRM이 콘텐츠 생성 기능을 넣고, PM 도구가 커뮤니티 기능을 내장하는 등, 서로의 영역을 침투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PM에게 중요한 전략적 질문은:

  • 번들로 더 큰 가치를 줄 것인가?
  • 특정 영역에 특화된 전문가로 남을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능 하나하나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게 문제 해결의 가치를 전달하는가?"입니다.

변화 대응 전략: Roadmap을 AI 관점에서 재검토하라

  • 12개월 전엔 불가능했지만 지금 가능한 기능은 무엇인가?
  • competitor/adjacent 시장에서 어떤 AI 기능이 등장하고 있는가?
  • 고객이 아직 기대하지 않은, 그러나 AI로 가능해진 문제 해결 기회는 무엇인가?
  • AI는 PM의 역할 자체를 바꾸지 않습니다. 다만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버렸습니다.
  • 핵심 질문은 여전히 같습니다. 👉 "이 기능이 고객에게 진짜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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