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돌아가기
유리구두는 팔아치우는 물건이 아니다: AI 시대, 리텐션과 GTM에 대한 오해

유리구두는 팔아치우는 물건이 아니다: AI 시대, 리텐션과 GTM에 대한 오해

4 min read

이 글은 Andreessen Horowitz(a16z)의 「The Cinderella Glass Slipper Effect: Retention Rules in the AI Era」 에서 출발한다.

a16z의 원문은 요즘 AI 시장에서 관찰되는 매우 흥미로운 변화를 정확히 짚어낸다.

일부 AI 제품들은 출시 직후부터 비정상적으로 높은 리텐션을 보인다.

전통적인 SaaS 문법— 얇은 MVP → 초기 이탈 → 점진적 개선—과 달리, 이 제품들은 특정 사용자 집단과 처음부터 딱 맞아떨어진다.

a16z는 이를 Cinderella Glass Slipper(신데렐라의 유리구두) 효과라고 불렀다.

관찰은 정확하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시장으로 번역되는 방식이다.

좋은 은유가 나쁜 플레이북이 되는 순간

이 ‘유리구두’ 이야기는 요즘 이렇게 소비된다. • “그러니까 처음부터 리텐션이 잘 나와야 한다” • “초기 코호트가 모든 걸 결정한다” • “초반 WOW만 만들면 된다” • “데모만 신기하면 나머지는 따라온다”

이 해석은 반만 맞고, 반은 치명적으로 틀렸다.

그리고 그 틀린 절반이 지금 AI 제품 대부분을 짧고 시끄러운 실패로 이끈다.

WOW는 경험이고, 매출은 구조다

요즘 AI 데모를 보면 거의 항상 같은 반응이 나온다.

“와… 이거 진짜 신기하네요.”

문제는 이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너무 쉽게 나온다는 것이다. • 데모는 화려하다 • SNS 반응도 좋다 • Product Hunt에서 하루는 뜬다 • 투자자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다음 달 결제는 조용히 사라진다.

왜일까?

WOW는 감정이고, 반복 매출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 WOW는 “처음 한 번의 감탄”이다 • 리텐션은 “다시 써야 하는 이유”다 • 매출은 “그 이유가 시스템으로 굳어졌을 때” 나온다

이 셋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지만 많은 AI 팀은 아직도 이걸 하나로 착각한다.

a16z가 말한 ‘유리구두’를 다시 읽어보자

a16z가 말한 유리구두는 결코 마케팅용 비유가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초기 코호트는 이런 사람들이다. • 이미 여러 솔루션을 써봤고 • 이미 여러 번 실패했고 • “이번에도 안 되면 그냥 포기하자”에 가까운 사람들

이들은 구경꾼이 아니다. 절박한 워크로드를 가진 실무자다.

그래서 이들은 • 가볍게 써보는 사용자가 아니라 • 자기 워크플로우를 갈아엎을 준비가 된 사용자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유리구두 이야기는 곧바로 망가진다.

그들은 왜 떠나지 않는가

이 사람들이 남는 이유는 “제품이 너무 좋아서”가 아니다.

떠나는 비용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모델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 코드가 그 모델 기준으로 짜이고 • 데이터가 그 형식으로 쌓이고 • 내부 문서와 설명이 거기에 맞춰지고 • 팀의 합의와 기준이 그 모델을 중심으로 고정된다

이때부터 이탈은 선택이 아니라 이행 프로젝트가 된다.

a16z가 관찰한 리텐션의 본질은 충성심이 아니라 **구조적 고정(lock-in)**이다.

이건 ‘첫 고객에게 다 팔아먹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이렇게 이해하면 안 된다.

❌ “처음에 최대한 뽑아내자” ❌ “MVP부터 완벽해야 한다” ❌ “첫 코호트에서 승부가 난다”

정반대다.

이건 처음부터 반복 구조 안으로 들어온 고객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 신기해서 남은 게 아니라 • 다시 나가려면 너무 많은 걸 다시 만들어야 해서 남는다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GTM 설계의 문제다.

진짜로 던져야 할 질문들

AI 제품에서 중요한 질문은 “사람들이 놀랐는가?”가 아니다.

이 질문들이다. • 이 사용자는 다음 달에도 이걸 써야 하는가? • 이 제품을 빼면 일이 멈추는가? • 대체하면 비용이나 리스크가 늘어나는가? • 다시 학습하거나 이전해야 하는가? • 이 제품이 없으면 내부 설명이 더 복잡해지는가?

여기에 답이 없다면, 그 WOW는 그냥 구경거리다.

AI 시대의 GTM은 ‘유입’이 아니라 ‘고정’에서 시작한다

전통적인 SaaS는 이렇게 성장했다. • 유입 • 활성화 • 리텐션 • 확장

하지만 AI에서는 순서가 뒤집힌다. • 고정(lock-in) • 반복 • 확장

지금 살아남는 AI 제품은 “팔고 나서 붙잡는” 제품이 아니라 처음부터 빠져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제품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첫 고객에게 팔 생각부터 하는 팀은 두 번째 결제를 설계하지 않는다.

반대로,

반복 매출을 먼저 설계한 팀은 첫 고객을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

유리구두의 핵심은 ‘딱 맞음’이 아니다

유리구두의 진짜 핵심은 이것이다.

“이제 다른 신발을 신기엔 너무 불편하다.” • 워크플로우에 깊게 박혀 있고 • 데이터가 누적되고 • 조직의 표준이 되고 • 대체 비용이 명확해질 때

리텐션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가 된다.

이제 끝난 시대

“AI 뭐시기”로 신기하게 팔던 시대는 끝났다. “처음 써보면 다들 놀란다”는 문장은 이제 매출과 거의 상관이 없다.

앞으로 남는 팀은 딱 하나다. • WOW를 파는 팀이 아니라 • 반복을 강제하는 시스템을 만든 팀

그리고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다.

GTM 문제다.

유리구두는 팔아치우는 물건이 아니다: AI 시대, 리텐션과 GTM에 대한 오해 | Oswarld Boutique Fi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