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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글로벌 시장이라는 말은 무책임한가

어째서 글로벌 시장이라는 말은 무책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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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하나의 공통된 신호를 읽습니다.

아직 핵심적인 결정은 아무 것도 내려지지 않았다.

이 말은 비판이 아니라, 관찰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장’, ‘유럽 시장’, ‘글로벌 시장’이라는 표현은 방향을 정했다는 선언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고백에 더 가깝습니다.

이 글은 GTM 프레임워크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성공 사례를 나열해 희망을 주는 글도 아닙니다.

이 글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자체가 어디서부터 잘못되는지 분명히 드러내는 것.

국가는 행정 단위고, 시장은 행동 단위다

국가는 법과 제도로 구분됩니다. 시장은 사람의 행동과 선택으로 구분됩니다.

이 둘을 동일시하는 순간, 전략은 추상화되기 시작합니다. • 같은 여권을 사용한다고 같은 문제를 겪지 않습니다. •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같은 구매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 같은 화폐를 사용한다고 같은 가격 감각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합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 시장에서는…”

그러나 ‘미국 시장’이라는 단일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특정 도시, 특정 산업, 특정 역할에 있는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행동 패턴뿐입니다.

시장은 지도가 아니라, 행동의 집합입니다.

같은 언어, 같은 화폐가 시장을 만들지 않는다

미국은 영어를 사용하고 달러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시장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인식은 지도 위에서만 유효합니다.

뉴욕의 금융권 중간 관리자와 텍사스 교외의 소상공인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전혀 다른 시장에 속해 있습니다. • 의사결정 구조가 다르고 •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며 • ‘합리적인 가격’의 기준이 다르고 • 소프트웨어에 기대하는 역할 자체가 다릅니다

‘서부 시장’, ‘동부 시장’이라는 구분 역시 실무적으로는 지나치게 거칩니다.

뉴욕 하나만 보더라도 월가, 브루클린의 스타트업 생태계, 퀸즈의 이민자 커뮤니티, 맨해튼의 대기업 본사는 각각 전혀 다른 전략을 요구합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순간, 전략은 설계가 아니라 희망 섞인 가정이 됩니다.

한국조차 하나의 시장이 아닌데, 왜 해외만 단순화하는가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국내 시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결코 이렇게 단순하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 수도권과 지방 • 대기업과 중소기업 • 산업별 의사결정 구조 • 조직 문화와 예산 집행 방식

이 모든 차이를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국경을 넘는 순간, 사고는 갑자기 평면적으로 변합니다.

“미국이니까.” “글로벌이니까.”

이건 분석이 아닙니다. 사고를 멈췄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번역 = 현지화라는 가장 흔한 착각

많은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시작합니다. 1. 웹사이트 번역 2. 제품 UI 번역 3. 마케팅 카피 번역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현지화는 다 했는데 반응이 없습니다.”

이 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번역은 접근성을 높일 뿐, 전략적 선택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진짜 현지화는 다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 이 시장에서는 무엇을 과감히 버릴 것인가 • 이 문제는 정말로 여기서도 충분히 아픈 문제인가 • 이 가격은 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가정했는가

번역부터 시작하는 팀들의 공통된 실패 패턴은 명확합니다.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은 채, 언어만 바꾼다.

소고기 스튜를 들고 인도에 가는 팀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정확한 비유입니다.

많은 팀들이 한국에서 잘 팔리던 메뉴를 영어로 번역해 다른 문화권에 그대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이 이상하다.” “문화가 너무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시장은 정상입니다. 메뉴가 잘못된 것뿐입니다.

문화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무엇을 팔지에 대한 결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언어가 많아서 힘들다”는 말의 본질

“글로벌은 언어가 많아서 힘듭니다.”

이 말의 실제 의미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아직 어디에 집중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언어는 장벽이 아닙니다. 문화 비판은 준비 부족을 가리는 가장 쉬운 방어 논리일 뿐입니다.

잘 되는 팀들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성과를 만드는 팀들은 ‘국가’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 도시 • 문제 • 역할 • 상황

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을 택합니다. • ‘글로벌’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 작은 로컬 실험을 여러 개 만든다 • 살아남은 실험만 확장한다 • 실패한 가설은 빠르게 버린다

글로벌은 목표가 아닙니다. 결과의 누적입니다.

그래서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실패를 종합해보면, 선택지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첫 번째 선택지 미국이나 유럽을 문화권·도시·산업 단위로 세밀하게 쪼개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하고 진입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글로벌 진출’이 아니라 다중 로컬 시장 진입 전략입니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높은 사고 밀도를 요구합니다.

두 번째 선택지 한국이나 일본처럼 구조적으로 명확한 시장에서 완성도 있는 성공을 먼저 만드는 방식입니다. • 단일 언어 • 높은 문화적 동질성 • 빠른 피드백 루프 • 명확한 레퍼런스 축적

그리고 그 성과를 기준점(anchor) 삼아 다음 시장으로 확장합니다.

이 두 가지 외의 접근은 대체로 같은 문장으로 끝납니다.

“번역은 다 했는데, 반응이 없습니다.”

번역은 세계화가 아니다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 언어 번역은 접근성입니다. • 결제 수단 추가도 접근성입니다. • 현지 채용 역시 접근성입니다.

이것들은 시장 진입의 시작 조건이지, 전략의 완성형이 아닙니다.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 “들어갔다”는 말은 아직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실험을 시작할 자격을 얻었을 뿐입니다.

결론

시장은 복잡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단순하게 묶어서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합니다.

‘미국 시장’, ‘유럽 시장’이라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아직 아무 것도 나누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같은 질문부터 던집니다. • 어느 도시인가 • 어떤 산업인가 • 어떤 역할의 사람인가 • 어떤 상황에서의 문제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직 시장이 아닙니다.

오스왈드 부띠끄 컨설팅 펌(OBF)의 관점

OBF는 단순히 번역을 돕지 않습니다. 국가 이름을 전략처럼 포장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돕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 시장을 실제로 작동하는 단위로 분해하고 • 성공 가능성이 있는 지점을 현실적으로 선택하며 • 그 선택이 확장 가능한 구조인지 검증하는 일

글로벌 진출은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디서 제대로 증명했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증명을 가장 빠르고, 가장 덜 위험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오스왈드 부띠끄 컨설팅 펌이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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