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들이여, 이제 내려와서 직접 뛸 시간이다.
지난 십여 년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켜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비평가들의 풍경이었다. 그들은 늘 거기 있었다. 컨퍼런스장 뒤편, 미디어 칼럼란, 대학 강단, 심지어 투자사의 회의실에도. 그들은 누군가의 실패를 분석하고, 성공의 패턴을 정리하고, 트렌드를 예측했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신랄하게, 그리고 항상 안전하게.
문제는 그들이 단 한 번도 경기장에 내려온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GTM 전략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왜 당신은 직접 창업하지 않느냐"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믿는다. 전략을 설계하고, 시장 진입 방법론을 정리하고, 실행 로드맵을 그리는 것. 이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내 전략을 직접 시장에서 테스트하고, 내 방법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증명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컨설팅만 하지 않는다. 직접 서비스를 만들고, 제품을 런칭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내가 고객에게 권하는 전략을 내가 먼저 실행해본다
그래서 OBF는 단순히 컨설팅을 하는게 아니라 해당 팀(고객)과 함께 GTM 전략을 수립한다. 함께 함으로서 누군가의 생존이 걸린 '영업적 현실(Operating Reality)'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전략을 직접 증명하는 수고를 멈추지 않는다. 내 방법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내가 설계한 '매출 수전(Revenue Plumbing)'에 어디서 물이 새는지 직접 확인해야만 비로소 잠이 온다. 만약 내 전략이 내 손에서도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그저 비싼 소음일 뿐이다. 그리고 말만 하고 빠지는 건 무당이나 사기꾼과 다를 바가 없다.
이것이 진짜 전문가와 평론가의 차이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강의하는 교수들이 있다. MVP의 중요성을, 고객 검증의 필수성을, 피봇의 타이밍을 설파한다. 수백 명의 예비 창업가들이 그 강의를 듣고, 그 책을 산다. 하지만 정작 그 방법론을 본인의 아이디어에 적용해 시장에 내놓은 교수는 얼마나 될까.
"나는 연구자니까"
이 말 뒤에 숨어서, 다른 이들의 피와 땀을 분석 대상으로만 삼는다. 나도 겸임 교수직을 수행한다. 이것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비지니스 애널리틱스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데이터 분석이 그냥 SQL익힌다고 끝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겸임 교수라는 직함은 급여로만 보면 그리 매력적인 포지션은 아니다.
GTM 전략을 짜는 일은 종이 위에서는 쉽다. 타겟 고객을 정의하고, 밸류 프로포지션을 명확히 하고, 채널 전략을 수립하고, 메시징을 다듬는다. 프레임워크는 완벽해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시장에 나가보면 모든 게 달라진다. 고객은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고, 경쟁사는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고, 내부 리소스는 항상 부족하다. 전략과 실행 사이의 간극, 이것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직접 해본 사람뿐이다.
뉴스레터를 통해 매주 스타트업들의 전략을 해부하는 각종 인플루언서들도 마찬가지다. A사는 시장 진입 타이밍을 놓쳤다, B사는 번아웃으로 망했다, C사는 창업자 간 갈등이 문제였다. 분석은 정교하고 논리는 완벽해 보인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포트폴리오 성과는 어떨까. 남의 실패는 명확히 진단하면서, 자신의 판단 오류는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린다. 더 흥미로운 건, 최근 시드 투자 유치 강의를 시작하는 VC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를 하는 사람이 투자 받는 법을 가르친다. 그렇게 확신이 있다면 차라리 직접 창업해서 그 방법론을 증명해 보이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나는 종종 클라이언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가 드리는 전략이 정말 작동하는지 의심스러우시면, 제가 직접 실행해본 케이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내가 만든 프로덕트, 내가 운영한 캠페인, 내가 구축한 커뮤니티. 이것들은 내 전략의 살아있는 증거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해본 것들이다. 이것이 컨설턴트와 평론가를 구분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컨설팅 일을 하다 보면 이런 '갤러리' 타입의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절대로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그들은 심사위원이 되고 싶어하고, 자문위원이 되고 싶어하고, 멘토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결코 공동창업자가 되거나, 실무를 맡거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조언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이지, 책임지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GTM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아무리 완벽한 전략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실행 과정에서 전략은 끊임없이 수정된다. 시장의 피드백을 받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설을 검증하면서 전략은 진화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전략은 그저 이론일 뿐이다. 그런데 많은 전략가들, 교수들, VC들은 이 실행 단계를 건너뛴다. 그들은 전략을 만들고, 조언하고, 분석하지만, 직접 실행하지는 않는다.
축구 커뮤니티에는 이런 말이 있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반쯤은 농담이지만, 반쯤은 진실이다. 관중석에서 아무리 소리쳐봤자 공은 골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이 관중석의 목소리에 너무 많은 권위를 부여해왔다. 평론가의 한 줄이 창업가의 몇 년을 무너뜨릴 수 있었고, 교수의 이론이 현장의 경험보다 더 존중받았다.
봐온 게 많다고 아는 것과, 직접 겪어봐서 아는 것 사이에는 우주만큼의 거리가 있다. 시장 진입 전략을 백 개 분석한 사람과 한 번이라도 직접 시장에 진입해본 사람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지식을 갖고 있다. 관찰을 통한 이해는 분명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경험을 통한 체득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AI가 등장했다.
이건 단순히 새로운 도구가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다. 게임의 진입 장벽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코딩을 못해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디자인을 못해도 프로토타입을 뽑을 수 있다. 마케팅 경험이 없어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바이브 코딩이든 AI 어시스턴트든, 이제는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GTM 전략가로서 내가 보는 가장 큰 변화는 이것이다. 이제 전략과 실행 사이의 거리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전략을 세우고 나서 개발팀을 구성하고,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마케터를 채용해야 했다. 몇 달, 때로는 몇 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전략을 세우고 며칠 만에 MVP를 만들 수 있다. 일주일 만에 시장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 전략가가 더 이상 전략만 짜는 사람일 수 없는 이유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이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베를린의 개발자들, 싱가포르의 디자이너들, 뭄바이의 창업가들이 동일한 도구를 사용해 동일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지리적 한계도, 교육적 배경도, 기술적 장벽도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중요한 건 오직 실행력이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나는 기술을 몰라서," "나는 자본이 없어서," "나는 시간이 없어서"
라는 말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특히 그렇게 방법론을 달달 외우고, 성공 공식을 강의하고, 실패 원인을 콕 집어내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당신들이 그렇게 잘 안다면, 이제 직접 해보라. 당신의 이론을 시장에 던져보라. 당신의 방법론이 정말 작동하는지 증명해보라.
이것은 도발이 아니라 초대다. 정말로 통찰력 있는 비평가라면, 그 통찰은 실전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진짜 좋은 이론을 가진 교수라면, 그 이론으로 시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안목 있는 VC라면, 직접 창업해서 그 안목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도 기회가 열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 이상 피할 구실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모든 비평가가 플레이어가 될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순수한 연구자도 필요하고, 분석가도 필요하고, 관찰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자신은 안전지대에 있으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재단하는 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그 안전지대가 점점 더 정당화되기 어려워진다.
더 이상 갤러리의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플레이어가 될 수 있고, 플레이어가 되어야만 진짜 발언권을 얻는 시대다. 당신이 정말 무언가를 안다면, 말하지 말고 만들어라. 당신의 이론이 맞다면, 강의하지 말고 증명하라. 시장은 당신의 말이 아니라 당신의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다.